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냐
이시라 더면 가랴마 제 구여
보내고 그리 정(情)은 나도 몰라 노라
- 황진이 -
[현대어풀이]
아아, 내가 한 일이야, 그리워할 줄을 몰랐던가
있으라고 했더라면 가겠는가마는 제가 굳이
보내고 그리워 하는 마음은 나도 모르겠구나.
이 작품은 유명한 작품이지? 아마 본 적이 있는 작품일 수도 있어. 임이 떠나겠다고 했을 때 화자는 떠나는 임을 붙잡지 않았는데, 지금 임에 대한 깊은 그리움 때문에 그것을 후회하고 있지. 이런 후회와 탄식 그리고 마지막의 넋두리를 통해 그리움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야.
(나) 임이별 하올져긔 져는 나귀 한치 마소
가노라 돌쳐 셜제 저난 거름 안이런덜
꽃 아 눈물 젹신 얼골을 엇지 자세이 보리요
- 안민영 -
[현대어풀이]
임과 이별할 적에 발을 절기 때문에 빨리 못 가는 나귀를 한탄하지 마십시오.
가겠다고 임께서 돌아 서실 때 발을 저는 나귀가 아니었다면,
꽃나무 아래에서 눈물 젖은 얼굴로 떠나는 우리임의 얼굴을 어찌 자세히 볼 수 있겠습니까
(나)의 화자는 다리를 저는 당나귀를 한탄하지 말라고 하고 있어. 나귀가 다리를 절어 빨리 걷지 못하기 때문에 돌아서 떠나는 임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이별의 순간에도 임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절절한 사랑과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지.
(다) 내게는 원수가 업셔 개와 닭이 큰 원수로다
벽사창 깁픈 밤에 품에 들어 자는 님을 자른 목 느르혀 홰홰 쳐 울어 닐어 가게 하고 적막 중문(重門)에 왔는 님을 물으락 나으락 캉캉 즈저 도로 가게 하니
아마도 유월유두 백종(百種) 전에 스러져 업씨하리라
[현대어풀이]
내게는 원수가 없어서 개와 닭이 큰 원수로구나
벽사창 깊은 밤에 나의 품에 들어와 자는 임을 짧은 목 길게 늘여 홰를 쳐서 울어 임이 일어나 그만 가시게 하고 적막한 밤 중문 밖에 오신 임을 물려는 듯, 뛰쳐나오려는 듯 컹컹 짖어 도로 가시게 하니
아마도 유월 유두날 백종이 지나기 전에 저 개를 없애리라
(다)에서 화자의 임은 닭이 우는 아침이 되면 화자를 떠나고, 적막한 밤에 화자를 찾아왔다가 개가 짖으면 돌아가버리는 사람이네. 화자는 뭔가 비밀스러운 사랑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화자의 입장에선 닭과 개가 임과의 사랑을 방해하는 원망스러운 존재들로 느껴질 수 있겠지. 그래서 마지막 연에서 유월 유두 백중 전, 즉 여름이 가기 전에 저 개를 없애버리겠다고 하고 있는데, 보신탕 감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협박인거지^^; 사설시조가 가지고 있는 해학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